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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자]/인물학습법

고승덕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

by 대공자™ 2011. 10. 17.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

- 고승덕 / 개미들출판사 -


머리말

 

 

나는 남이 닦은 길을 가기보다는 새로운 길을 만들면서 살아왔다. 인생의 중요한 고비마다 혼자 결단하면서 헤쳐 나가야 했다. 이 책은 나의 방황과 고민, 목표설정과 결단, 구도(求道), 도전, 성공의 과정을 그대로 담고 있다.

 

 

변호사를 꿈꾸는 청소년, 법대 진학, 고시,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 미국 로스쿨이나 국제변호사에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 이 책이 가이드가 되었으면 한다. ‘콩나물 기르기공부법, ‘기본서 단권화작업, 낮과 밤 바꾸어 살기, ‘비빔밥먹기, ‘아우트라인만들기와 같은 공부 방법론은 내가 체득한 것이다.

 

 

노력이 기적을 만든다’, ‘포기하는 순간 불가능은 확정된다’, ‘급할수록 정석으로’, ‘인생은 상대성 게임이다’, ‘위기는 기회다’, ‘자신을 이기고 나아가라(克己常進)’, ‘행복의 법칙'불행의 법칙등 인생철학이 실천되는 과정도 의미가 있겠지만 나의 도전 정신, 신앙에 이르는 구도의 과정, 퓨전 인생은 미래를 꿈꾸는 사람에게 참고가 될 것이다.

 

 

가치 판단에 시간 가치를 도입한 ‘t1t2판단법은 내 인생의 중요한 고비마다 결단의 힘을 주었다. ‘절대적으로 중요한 일을 먼저 해야 한다는 단순 논리에 대한 나의 대안이다. 판단 착오로 공부를 무시하거나 인생을 그르치기 쉬운 청소년에게 t1t2판단법은 미룰 수 없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는 부모의 논리가 타당하다는 것을 깨닫게 할 것이다.

 

 

23년 동안 한 글자 한 글자 기록해 왔던 원고를 책으로 정리하는 동안 내가 걸어온 역정이 영화처럼 눈앞을 스쳐간다. 모든 이야기를 한권에 담을 수 없기 때문에, 당초 준비한 원고 중에서 독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부분, 보호되어야 할 사생활 기록은 다른 기회를 생각하면서 떼어놓는다.

 

 

인생은 항상 시작이다. 나이는 생각일 뿐이다. 나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도전하고 노력할 것이다. 불가능처럼 보이는 것 앞에서 포기하지 않고 이루게 해 주시는 하나님이 항상 우리와 함께 하시기를 기원하면서 부모의 큰 사랑 앞에 머리를 숙인다.

 

 

시골 학생, 서울 가다

 

 

그때 책을 많이 읽었던 것이 공부를 혼자 해도 잘할 수 있는 평생의 밑거름이 된 것 같다. 공부를 잘하려면 초등학교 때 책을 열심히 읽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에 책을 많이 읽어야 머리도 좋아지는 것 같다. 부모로서는 학원 몇 개 보내는 것보다 아이가 책에 취미를 붙이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 11p -

 

 

2부터 나는 우리나라 최고라는 경기고에 진학할 뜻을 세웠다. 그것은 현실적인 목표라기보다는 꿈이었다. 나는 최선을 다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죽어라공부했다. 방 한쪽에서 내가 밤늦게 불 켜고 공부하면 다른 식구들은 제대로 잘 수 없었을 것이다. 누나들도 그렇게까지 공부하지 않은 것 같은데 나는 잠을 5시간 정도만 잤다. 배가 부르면 잠이 오기 때문에 저녁 식사는 일부러 조금 먹었다. 밤늦게 배가 고파지면 사과 한 개로 배고픔을 달래기도 했다.

 

- 17p -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면서 사건이 생겼다. 3월에 국, , 수 세 과목을 시험 쳤는데 수학에서 40점을 받았다. 내 인생의 첫 위기였다. 6개월간 수학을 집중적으로 공부하자 성적이 올라서 반에서 몇 등 안에 들게 됐다. 수학을 정복한 일을 경험으로 나는 뭐든지 6개월만 파고들면 잘할 수 있다고 믿게 됐다. 절망을 극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포기하는 순간 불가능은 확정된다. 그 뒤에도 이런 정신은 공부하거나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됐다.

 

- 21p -

 

 

돌이켜보면 내가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었던 원동력은 가능성의 추구였던 것 같다. 공부 빼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잘 생긴 것도 아니고, 체격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예술에 대한 취미나 자질도 없었다. 나에게는 공부만이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공부한다고 해서 인생이 반드시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다른 길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공부에 매달린 것이다.

 

- 24p -

 

 

자유, 방황에서 고시로

 

 

AB보다 절대적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하자. 그러나 A를 먼저 하면 나중에 B를 할 수 없고, B를 먼저 하면 나중에 A도 할 수 있다고 할 때,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하는가. 이럴 때는 B를 먼저 선택하고 나중에 A를 하는 것이 낫다는 사고 방법이다. 나는 이런 식의 판단 방법에 대하여 나름대로 ‘t1t2판단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 25p -

 

 

* 생활규범 10계명 - 1976831

 

 

1. 일에 신념과 자신으로 임한다.

 

2. 결정하기 전에 사고의 과정을 거친다.

 

3. 동류집단압력을 이겨낸다.

 

4. 필요한 경우를 가려 말한다.

 

5. 집안일에 협력 헌신하며 친척과의 유대를 공고히 한다.

 

6. 건강에 유의하여 음식을 조심한다.

 

7. , 여자, 담배를 피한다.

 

8. 헛되이 보내는 시간을 줄인다.

 

9. 신문과 TV를 보는 데 과다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10. 피곤과 나태를 구분한다.

 

 

이런 규범은 그 당시 나의 생활에서 부족한 부분을 반성하고 앞으로 인생을 어떤 방향으로 선택하든지 간에 생활을 정돈해야 한다는 결심을 표현한 것이다.

 

- 34p -

 

 

사람은 왜 사는가,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머릿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절실히 구했다. 그러던 참에 정신을 집중할 대상을 찾아냈다. 그것은 종교였다. 생의 의미를 발견하려면 내면의 요구와 정신적으로 방황하는 마음을 붙잡아 줄 무언가가 필요했던 나는 불경을 읽기 시작했다.

 

 

불교에 빠져 들면서 나태하고 안일한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수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맞는 수행으로 고시를 다시 떠올렸다. 석가모니도 깨달음을 얻는 과정에서 고행을 하지 않았던가. 고행의 관점에서 볼 때 고시가 힘들다는 사실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생각됐다. 불교와 고시, 잘 맞는 궁합이 아닐까.

 

 

어차피 죽을 인생이라고 하더라도 죽을 때까지 생이 무의미하다는 타령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열심히 살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내면에 가득 찬 에너지를 힘차게 세상에 쏟아놓고 싶어졌다. 어쩌면 그것이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고 실현하는 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불교의 재발견은 내 인생의 변곡점이 됐다.

 

- 37p -

 

 

이 판단의 핵심은 가치판단에 시간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AB보다 절대적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하자. 그러나 A를 먼저 하면 나중에 B를 할 수 없고, B를 먼저 하면 나중에 A도 할 수 있다고 할 때,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하는가. 이럴 때는 B를 먼저 선택하고 나중에 A를 하는 것이 낫다는 사고 방법이다. 나는 이런 식의 판단 방법에 대하여 나름대로 ‘t1t2판단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A >B. But A(t1) + O(t2) <B(t1) + A(t2). Then B(t1) >A(t1)

 

 

- 39p -

 

 

사법시험 : 힘든 것은 빨리 끝내자

 

 

운은 열심히 하려는 정신 자세가 되어 있고 절실히 구하는 사람에게 닿게 된다. 운은 노력하는 자의 것이다. 노력하면 운이 생긴다. 아니 노력이 운과 기적을 만든다. 이러한 믿음으로 나는 1년 정도에 사법시험을 끝내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 있었고, ‘하니까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 41p -

 

 

* 낮과 밤을 바꾸다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비장한 결단을 내렸다. 낮과 밤을 바꾸어 살기로 했다. 밤에 정신 집중이 잘 되기 때문이다. 생체 리듬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일어나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조절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자는 시간을 점점 늦추는 방법을 썼다. 늦게 자면 일어나는 시간은 저절로 뒤로 간다. 어두워지면 일어나 공부하고 날이 밝으면 잠을 잤다. 나의 24시간은 공부와 잠, 둘로 나누어졌다.

 

 

낮과 밤을 바꾸어 사는 것은 속세를 떠난 생활이었다. 1시쯤 잠에서 깨어나면 다른 식구들이 잠에서 깨지 않도록 조용히 부엌으로 가서 아침밥을 가져다 먹었다. 어머니는 자기 전에 따로 내 밥상을 준비하고 보자기로 덮어 놓았다. 2시가 조금 지나면 골목길에서 쓰레기 수거해가는 소리가 적막을 깨고 들려왔다. 매일 그 소리가 기다려졌다. 만물이 잠든 고요 속에서 혼자 깨어 공부하고 있으면 외롭기도 했지만 넓은 세계를 혼자서 차지하고 시간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은 독특한 만족감을 느꼈다. 공부하는 도중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가끔씩 라디오를 틀었다. 라디오는 속세와 나를 이어주는 유일한 벗이었다. 그해 겨울 새벽에는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거야’(최근에 핑클이 리바이벌했다)라는 노래가 어김없이 흘러나왔다. 하루의 방송이 애국가와 함께 끝나고 다음날 새벽 또 하루의 방송이 시작되기까지 라디오마저 침묵하는 시간에는 허공 속에서 규칙적인 시계 바늘 소리만 무뚝뚝하게 요란했다. 책을 한참 읽어도 시간이 그다지 흐른 것 같지 않았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니까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어 좋았다. 야행성이 되고 보니 공부 이외의 것은 생각나지 않았다. 남이 보지 않으니 머리, 수염 등 외모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다.

 

 

생체 리듬에 거슬려 사는 것이 건강에 좋을 리 없었다. 밤 새워 공부하고 아침에 잠자리에 들 때면 온 몸에서 기력이 다 빠져나가 기절하듯 나가떨어지곤 했다. 위장도 서서히 약해졌다. 그래도 석 달 시한부로 하는 1차 공부에 체력이 소모된다고 해도 '설마 죽기야 하겠냐는 오기가 생겼다. 고시 생활을 통틀어서 그해 겨울만큼 잡념 없이 열정을 불태우면 공부한 때는 없다. 낮과 밤을 바꾸어 살지 않았더라면 나태한 생활 습관을 버릴 수 없었을 것 같다. 철두철미하게 정신 무장을 했지만 가끔 마음이 느슨해지면 책장을 잠시 덮고 불경을 읽으며 결의를 다졌다.

 

- 45p ~ 46p -

 

 

* 극기상진

 

 

극기상진(克己常進)’이란 내가 만든 좌우명이다. ‘자신을 이기고(克己) 항상 나아간다(常進)’는 뜻이다. 공부할 때는 자신과 싸워 이기는 것도 중요하고, 제자리에 머물지 말고 계속 정진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등학교 2학년 초 수학에서 낙제 점수를 받고 독하게 공부를 시작할 때 이 말이 좌우명으로 떠올랐다. 종이에 크게 써서 책상 위에 붙여 놓고 공부했다. 고시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다시 극기상진을 좌우명으로 삼았다. 이 글귀를 보면서 나는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마음을 잡았다. 지금도 나는 이 글귀가 마음에 든다. 공부할 때뿐 아니라 인생을 사는 자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노력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뒤에 처지는 것이지 제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 59p -

 

 

* 내 나름대로의 공부법

 

 

처음 대하는 방대한 교과서를 효과적으로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나름대로 개발한 공부 방법 때문이다. 맨 처음 책을 읽을 때에 그냥 훑어보는 식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한 번 읽고 지나가면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자세로 완전히 이해하려고 정신을 집중했다. 또한 책에 인용된 조문은 법전에서 찾아 그 내용을 샤프로 책의 여백에 옮겨 적었다. 조문을 일일이 적어 넣으면 처음에는 시간이 많이 들지만 책을 두 번째 볼 때는 법전을 뒤적일 필요가 없다.

 

 

그리고 기본서와 참고서를 나란히 펼쳐놓고 기본서 한 장()을 한 번 읽은 뒤 참고서에서 해당 부분을 찾아 읽고 다시 기본서를 읽는 방식을 취했다. 두 교과서를 비교하면서 참고서에만 있거나 참고서에 더 자세하게 논의되어 있는 부분, 그리고 기본서와 논리나 입장에서 차이가 나는 부분은 샤프를 사용하여 기본서의 여백에 옮겨 적었다. 옮겨 적어야 할 분량이 많으면 깨알 같은 글씨로 써야 했기 때문에 눈이 피로했다. 차이 나는 부분이 두 쪽 이상 되는 것 혹은 기본서가 아예 다루지 않은 장()은 옮겨 쓰기에 너무 분량이 많았다. 이럴 때는 일단 참고서 목차에 표시해 두었다가 기본서 읽을 때 같이 보는 방법을 택했다. 참고서를 뜯어 붙일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기본서가 두꺼워지고 책 모양이 망가지는 것이 싫었다.

 

 

이것이 내 나름대로 했던 단권화 작업이다. 이런 식으로 단권화하면서 꼼꼼히 책을 읽으니 처음 1회독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기껏해야 하루 100쪽 분량을 읽는 것이 최대였고, 민사소송법 같은 과목은 50쪽 이상 진도 나가기가 어려웠다. 전 과목을 이런 식으로 단권화하다보니 10월 중순이 됐다. 그 기간이 너무 지루했으나 인내심을 시험하는 사람처럼 계속 밀고 나갔다.

 

 

이러한 공부 방법의 장점은 많았다. 무엇보다도 두 교과서를 함께 읽기 때문에 실제로는 단권화 작업이 2회독 이상의 효과가 있었다. 또한 두 가지 교과서를 비교하면서 교수마다 다르게 사용하는 목차나 용어의 차이를 파악하면 답안에서 특정 교과서만 공부했다는 티를 내지 않을 수 있다. 기본서 여백에 두 교과서의 차이점을 적어 넣는 것도 글씨를 빠르게 쓰는 연습이 된 셈이었다. 조문과 참고서를 기본서에 옮겨 놓으면 두 번째 부터는 기본서 한 권만 읽으면 되므로 시간이 절약된다.

 

- 60p ~ 61p -

 

 

* 글씨 연습

 

 

지루한 강의 시간을 유용하게 보내는 방안을 생각하다가 글씨 연습이라는 처방을 내렸다. 글씨 쓰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강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 적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강의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 적을 수 있는 속도가 고시 답안을 쓰는 데 요구되는 글씨 속도인 것 같았다. 강의 속도에 맞추어 글씨를 쓰다 보니 처음에는 나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글씨체가 엉망이었다. 그러나 글씨체가 좋은 것보다는 답안이 요구하는 내용을 제시간에 써넣을 수 있는 속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수업시간에 글씨 연습을 할 때는 시험장에서 실제로 사용할 만년필을 사용했다. 만년필을 손에 익게 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만년필의 펜촉을 적당히 닳게 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새 만년필은 일 년 정도 써야 고시 답안지 쓰기에 알맞을 만큼 굵어진다.

 

- 63p -

 

 

공부란 별게 아니다. 알아야 할 것과 익숙해지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 감오행

 

 

* 100일 작전

 

 

2차 시험 석 달 전에 이르러 100일 작전을 짰다. 기본서 15권을 두 번씩 읽기로 했다. 사흘에 책 한 권을 읽는 것이 기본 목표량이었다. 남은 100일을 표시한 커다란 달력을 손으로 만들어 책상 앞에 붙여놓고 사흘마다 한 과목씩을 읽기로 목표를 적어 넣었다. 그날 목표한 분량을 읽으면 그 날짜 칸에 / 표시를 해나갔다. 그러나 목표량을 완벽하게 달성한 경우는 별로 없고 조금씩 목표에 모자랐다.

 

 

그래도 좌절에 빠지지 않고 항상 붙어야 한다! 붙을 수 있다! 붙는다!’는 내 나름대로의 고시 정신에 충만해 패기를 잃지 않았다. 이 기간 중에는 공부와 불교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서도 저녁 식사 후 한 시간 남짓 TV를 보았다. 중독처럼 저녁만 먹으면 나도 모르게 TV 앞으로 갔는데, 이것만은 시험이 가까울 때까지도 자제할 수 없었다. TV를 보는 것은 내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맨 처음 기본서 단권화 작업을 할 때 기본서와 참고서를 합쳐 사실상 2회독의 효과가 있었다고 치면, 2차 시험 때까지는 기본서를 과목당 7회독한 셈이다. 운 좋으면 합격할 수 있고 운 나쁘면 떨어질 수도 있는 어중간한 독서량이었다. 처음 시작할 때를 생각하면 불가능한 공부량을 달성한 것이다.

 

- 69p ~ 70p -

 

 

* 노력은 기적을 만든다

 

 

사법시험을 끝내고 보니 내 인생의 에너지를 고시에 모은 것이 큰 힘을 낸 것 같다. 생활 주변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은 부모의 덕이었다. 필요한 책을 사볼 수 있는 정도의 경제적 뒷받침도 복 받은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기본적인 여건이 갖춰진 속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면 도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운이 좋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사법시험 합격자 수가 우리 때의 열배로 늘어난 지금도 운이 작용한다고 하는 것이 옳을 성싶다. 왜냐하면 공부 분량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제대로 공부하려면 10년의 세월도 부족하다. 불완전한 공부로 짧은 시간에 고시 합격하는 것은 자기가 잘 난 탓이 아니라 운이다. 나는 운이 좋았다. 공부하는 동안 정신적 충격을 받을만한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 시험 준비 기간 내내 한 번도 몸이 아프지 않은 것, 모두 운이 좋았던 탓이다. 하지만 운은 열심히 하려는 정신 자세가 되어 있고 절실히 구하는 사람에게 닿게 된다. 운은 노력하는 자의 것이다. 노력하면 운이 생긴다. 아니 노력이 운과 기적을 만든다. 이러한 믿음으로 나는 1년 정도에 사법시험을 끝내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 있었고, ‘하니까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 85p -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니 이제 인생의 목표가 사라져 허전하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고시 합격이 인생 목표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했다면 합격만으로도 할일을 다한 것 같이 안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합격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었지 끝이 아니었다.

 

 

세속적인 욕망을 끝없이 추구하는 것보다는 조그만 것에 만족할 줄 아는 것이 행복일 수 있지만 내 속에는 에너지가 넘치고 있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모두 쏟아내 열심히 무언가를 추구하는 것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그렇게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 사는 동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자신과 사회에 대한 책임이라고 믿는다.

 

- 87p ~ 88p -

 

 

외시와 행시까지, 고시 3관왕 되다

 

 

우리 집에는 침대가 없어서 책상에서 공부하다가 지치면 방바닥으로 내려가서 엎드려 공부했다. 엎드려 지탱할 힘마저 떨어지면 누워서 공부했다. 잠잘 때쯤이면 체력이 완전히 소모됐다. 일어나지 않고서도 누워서 전등을 끌 수 있도록 전등에 끈을 길게 달았다. 자기 직전에는 전등 끈을 당길 힘만 남았다.

 

- 91p -

 

 

* '콩나물 기르기전략

 

 

콩나물 기르기전략은 나의 고시공부 방법이었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집에서 콩나물을 길러 먹었다. 콩을 밑이 뚫린 망 같은 채 위에 놓고 물을 준다. 분명 물은 밑으로 다 빠지고 콩은 달라진 것 없이 그대로 있다. 하루 이틀이 지나도 모양에 차이가 없다. 그러나 날짜가 지나면서 콩에는 조금씩 뿌리가 나고 자라면서 먹을 수 있는 콩나물이 된다. 나는 공부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머리를 믿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머리가 좋다고 하더라도 한 번 읽어서 완전하게 기억할 수 없다. 반복해서 읽다보면 콩나물이 자라듯이 기억이 자라게 된다. 인생과 신앙도 마찬가지다.

 

- 108p -

 

 

* 방편(方便)을 알다

 

 

불교에 방편(方便)’이라는 개념이 있었다. 방편이란 단어는 통속적 의미로서는 도구나 수단을 의미하나, 불교에서는 각 사람의 수준에 맞게 단계를 두어 가르치는 방법을 의미한다. ‘눈높이 교육을 말하는 셈이다. 지적 수준이 낮은 사람에게 불교를 어렵게 설명해봐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불상 앞에 절하면 복 받고, 목탁치고 염불하면 극락 간다고 가르치면 된다. 지적 수준이 낮은 사람이라도 불교 전도를 포기하는 것보다는 우선 불교로 인도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 124p -

 

 

* '공부하든지 죽든지

 

 

정신적 돌파구가 다시 필요했다. ‘공부하든지 죽든지하자는 식의 사생결단 끝에 드디어 5월말 결심했다. 벽에 그 동안 붙어있던 극기상진(克己常進)’을 떼어 내고, ‘행시필중(行試必中)’이라고 커다랗게 붓글씨로 써서 붙였다. 극기상진은 사법시험 때부터 외무고시 때까지 책상 앞에 걸어두고 감정을 다스렸던 나의 좌우명이었다. 그러나 행정고시 2차로 뛰어들면서 약효가 없었다. 새로운 각오가 필요했다. ‘행시필중이란 행시(行試)는 이미 날아가는 화살(行矢)이니 반드시 맞히고야 말겠다(命中)’라는 뜻으로 쓴 것이다. 나에게 행정고시는 반드시 해야 할 것이고, 일단 시작하기로 결심한 이상 합격해야 했다. 비록 먹물로 쓴 글씨지만 피로 쓴 글씨와도 같았다. 당분간 내 자신을 죽이겠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 131p -

 

 

* 전등 끈을 당길 힘만 남기고

 

 

책을 읽을 때는 저자와 생각이 같아지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이것은 내가 사법 시험 때부터 계속 해온 방법이다. 그렇게 해야 이해가 빠르다. 고시공부를 시작하는 사람 중에는 고시공부가 학문 연구와 다르다는 사실을 잊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고시 답안을 쓰기 위한 공부가 고시공부다. 저자와 생각이 다른 부분이나 비판을 하고 싶은 점이 있더라도 일단 그 책의 주장과 흐름에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기출문제와 이번에 출제가 예상되는 문제를 책 목차에 표시해 관심이 가도록 했다. 그렇다고 출제가 예상되는 부분을 여러 번 더 읽지는 않았다.

 

 

고시공부는 분량이 많기 때문에 짧은 기간에 끝내기 위해서는 벼락공부할 때와 같은 정신 집중 상태를 항상 유지해야 했다. 그 정도의 정신 집중을 일상화하면 체력 소모가 아주 크다. 잠잘 시간이 지나도 긴장 때문에 잠은 오지 않지만 피곤해서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우리 집에는 침대가 없어서 책상에서 공부하다가 지치면 방바닥으로 내려가서 엎드려 공부했다. 엎드려 지탱할 힘마저 떨어지면 누워서 공부했다. 잠잘 때쯤이면 체력이 완전히 소모됐다. 일어나지 않고서도 누워서 전등을 끌 수 있도록 전등에 끈을 길게 달았다. 자기 직전에는 전등 끈을 당길 힘만 남았다.

 

- 140p ~ 141p -

 

 

* 비빔밥 : 먹는 시간도 아깝다

 

 

23회 행정고시가 예정대로 실시된다는 소식이 나왔다. 마음이 급해졌다. 남은 날이 얼마 되지 않았다. 배가 고파도 밥 먹을 시간마저 아까웠다. 어머니에게 비빔밥을 만들어 큰 사발에 담아 숟가락 하나만 꽂아달라고 했다. 젓가락질을 하는 시간도 아까웠다. 어머니는 여러 가지 반찬을 칼로 잘게 썰어 넣어 여러 번 씹지 않아도 소화가 잘 되는 특제 비빔밥을 만들어 주었다. 따로 반찬 그릇이 필요 없었다. 공부하는 책상에 책과 비빔밥을 나란히 놓고 공부하면서 비빔밥을 먹었다. 비빔밥을 씹으면서 책을 보았기 때문에 먹는 시간이 허비되지 않았다. 공부하면서 밥을 먹으면 소화가 되지 않을까봐 시간을 더 들여 오래 씹어 삼켰다. 밥맛이 없으면 먹기 쉬운 우유와 빵으로 허기만 면하면서 공부했다. 눈을 뜬 시간은 1초도 허비하지 않았다. 죽어라 공부했다.

 

- 142p -

 

 

* 고시는 생각보다 힘들다

 

 

고시는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지금은 합격자 수가 천 명이 되었지만 여전히 합격을 위해서 커다란 자기희생이 따른다. 쉽게 합격한 것처럼 말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나는 3년을 투자하여 고시 세 개에 합격했지만 짧은 시간에 처절할 만큼 집중적인 공부를 해야 했던 만큼 스트레스 강도도 그만큼 컸다. 고시에 도전하는 사람은 누구나 비인간적인 생활을 각오해야 한다. 그 과정은 시작할 때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고 괴롭다.

 

- 146p -

 

 

* 죽을힘을 다해야 한다

 

 

고시를 언제 시작하더라도 빨리 끝내려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고시는 공부할 분량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아무리 장기계획을 세워 꼼꼼하게 준비해도 완벽하게 공부하기란 불가능하다. 또한 주관식 시험에 대비해 책의 내용을 머릿속에 담아 두었다가 시험장에서 마음대로 꺼내 쓸 수 있어야 하는데 인간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몇 달 전에 한 번 읽었던 책의 내용을 생생하게 기억할 수는 없다. 방법은 콩나물 기르기식 반복 학습이다.

 

 

시험장에서 생생하게 기억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시험에 가까운 때에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것이다. 전 과목 책을 한번 읽은데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야 시험 날짜에 가까운 시간에 책을 여러 번 읽을 수 있게 된다. 시험에 접근해서는 하루에 최소한 교과서 한 권을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속도가 되어야 합격을 바라볼 수 있다.

 

 

책 읽는 속도가 빨라지려면 긴장의 강도를 높이고 정신을 책에 집중해야 한다. 책 한 줄을 읽는데 1~2초를 허비하는 것이 책 읽는 사람에게는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의 사소한 것이지만 책 한 권 전체, 그리고 고시공부 전체를 통해서는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 시계를 옆에 놓고 읽는 속도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책 읽는 속도가 느려지면 안 된다. 느려진다는 것은 정신이 딴 데 가있거나 긴장을 늦추기 때문이다. 책을 한 줄 한 줄 읽을 때 1초라도 허비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공부하면서 조금이라도 잡념이나 쓸데없는 사고를 해서는 안 된다. 책 몇 줄 읽고서 무심코 멈추는 것은 나쁜 버릇이다.

 

 

정신적으로 머뭇거림 없이 계속 읽어나가는 것은 엄청난 피로를 가져온다. 거시에 있어서 속독 방법은 한 글자 한 글자 다 읽되 책 읽는 동안 가능한 한 빠른 속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속독학원에서 가르치는 것처럼 책을 대각선으로 읽거나 대충 읽는 방식은 금물이다. 어느 정도의 긴장과 집중으로 책을 읽어야 하느냐고 물으면 나는 다음같이 답변한다. ‘절벽에서 밧줄을 붙들고 있고 그 밧줄이 끊어지면 죽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라. 죽을힘을 다해서 밧줄을 잡을 때와 같다.’

 

- 147p ~ 148p -

 

 

*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어렵다

 

 

고시란 혼자 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과외를 많이 한 학생은 남에게 의존하는 버릇이 있어서 고시공부하면 고통을 많이 받게 된다. 고등학교, 대학교 입시가 어렵게 출제되고 과외가 성행하던 시절에 학교를 다녔던 나는 대학 입학 할 때까지 과외를 별로 하지 않았다.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혼자 공부하는 훈련을 쌓은 셈이다. 공부하기에 좋은 책이 무엇인지만 알면 그 다음에는 혼자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 고시 준비할 때 남의 지도를 전혀 받지 않고 혼자 공부했다는 점에서 나도 일종의 자수성가(自手成家)를 한 셈이다.

 

- 149p -

 

 

고시 준비를 하는 동안 고시라는 산은 한없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일단 그 위에 올라 내려다보면 별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고시라는 인내의 과정이 지나자, 고시 준비 과정이 한편의 연극처럼 느껴졌다. 고시에 합격했다고 해서 존재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달라지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나에 대한 평가이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신경 쓰고 그것에 맞추어 살아간다면 나는 연극을 하는 셈이 될 것이다. 고시 합격과 함께 나는 본연의 내 모습을 찾아 내 자신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했다. 고시 합격의 의미라면 새로운 시작’, 바로 이것이 아닐까.

 

- 150p -

 

 

파동 원리

 

 

파동원리에 의하면 파동이 상승 추세에 있더라도 중간에 조정은 오게 마련이다. 양호한 조정은 재상승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상승하는 인생이라도 중간 중간에 운이 안 닿는 시기가 있게 마련이다.

 

 

파동원리에서 볼 때, 조정에서 밑으로 무너지면 폭락이고 위로 가면 재상승이다. 방향의 선택은 각자가 하는 것이다. 절망과 포기는 아래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고, 희망과 노력은 위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다.

 

 

출세와 성공은 구별된다. 출세는 세상적인 관점이고, 성공은 자기 내면의 관점이다. 사회적인 신분이나 지위의 상승은 출세이고, 자신이 정한 기준에 도달해서 만족하는 인생은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출세는 몰라도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자평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일에 대하여 후회나 원망은 없다. 당장은 시련과 좌절로 보였던 과정도 극복하고 보니 다음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다. 내가 갖가지 고비를 거치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파동원리를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말씀은 헛된 것이 아니다.

 

 

세상적 관점에서 내가 앞으로 무엇이 될 것인지는 궁금하지 않다. 출세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면의 에너지를 분출하면서 내 인생을 만들어 왔지만 나에게는 아직도 식을 줄 모르는 에너지가 충만하다. 진심으로 열망하고 노력하면 결국은 이루어진다는 파동원리를 깨닫고 체험한 이상, 남은 인생도 열심히 기도하고 열심히 살려고 한다.

 

- 350p ~ 351p -